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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근혜 9년간 언론장악 “국정원 문건대로 실행됐다“

KBS·MBC PD들이 밝힌 국정원 언론장악 실태 보고대회 열려

서울의소리 | 입력 : 2017/10/19 [22:42]

국회의원회관에서 18일 오후에 열린 언론장악 국정원문건 피해자 보고대회에서 KBS·MBC 전현직 PD들이 이명박근혜 정권 9년간 공영방송에서 벌어진 언론장악 사례를 털어놨다. PD들은 이명박근혜 9년간의 언론장악이 "국정원 문건대로 실행됐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작성한 문건으로 피해를 본 언론인들이 자신과 프로그램, 동료들의 피해 사례를 발표했다. 18일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표현의자유특별위원장 주관으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린 ‘언론장악 국정원 문건 피해자 보고대회’에는 민일홍 KBS 라디오 PD, 김범수 PD, 이근행 MBC 전 시사교양국 PD, 이우환 MBC 전 ‘PD수첩’ PD 등이 참여해 국정원의 언론 장악 과정과 피해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은 KBS와 MBC 언론인을 사찰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퇴출시키며 노동조합을 무력화하는 내용 등이 담긴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2010년 3월 작성) 문건과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 쇄신 추진방안’(2010년 6월 작성) 문건 등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했고, 이런 국정원의 공영방송 장악 공작은 방송사 내부자들의 협조 아래 차례차례 실행됐다.

KBS ‘추적60분’ 역시 국정원의 간섭을 피해갈 수 없었다. 김범수 PD는 “2009년 11월 김인규가 KBS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조직개편을 통해 ‘추적60분’을 보도본부로 넘기려 했다. 당시 KBS에 남은 유일한 PD 시사프로그램이었기에 거의 대부분의 PD가 이 이관에 반대했다”며 “매일 피케팅하고 PD 총회가 열리고 협회장이 삭발하고 심지어 팀장, 부장이 모두 보직 사퇴서를 제출하며 반대했지만 김인규는 끝내 밀어붙였다. 그런데 그 이유는 국정원 문건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복원한 국정원 문건을 보면 ‘경영진이 의욕적으로 조직개편 추진 중이니 최소한 기준 제시하고 KBS 측에 맡겨 사원행동,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 편파방송 했던 자는 배제할 것 주문’ ‘윤태호 추적PD(당시 추적 팀장) 사원행동, 불법행위 주도, PD들 편파방송 방치, 노무현 특집 천안함 좌초 의혹’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KBS라디오는 어떻게 망가졌나 

 

"주례연설 관련해 만나서 얘기 좀 하자" 민일홍 KBS라디오 PD가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을 때 들은 말이다. 민 PD는 이명박 집권 직후인 2008년부터 낙하산 사장과 대통령 주례연설에 반대하며 사원행동에 참여했다. 민 PD는 KBS라디오 붕괴의 시작이 대통령 주례연설이었다고 말했다.


KBS는 라디오를 통해 2008년 10월 13일부터 2013년 2월 18일까지 4년 4개월 동안 대통령 주례연설을 109회 방송했다. 민일홍 PD는 대통령 주례연설이 이명박 정권의 기획으로 일방적으로 시작됐다"며 "공영방송을 정권의 홍보채널로 전락시키는 시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KBS라디오 대통령 주례연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를 통해 여론전을 펼쳤다. 일례로 주례연설에서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용산참사에 대해 "책임자 사퇴여부는 그렇게 시급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용산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사퇴 여론을 일축했다. 민 PD는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해외순방 직후 외국의 여야 협력이 부럽다며 야당과 비판여론의 목소리를 무조건 반대로 몰아붙였다"며 "2011년 유성기업 파업과 관련해서는 연봉 7000만원 받는 근로자들이 불법 파업을 벌였다는 허위 주장으로 노동자 권리를 매도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주례연설에 이어 이른바 블랙리스트작업도 이때 함께 진행됐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초기 윤도현, 정관용, 정한용 등 프로그램 진행자가 먼저 정리됐고 이후 진중권, 김용민, 유창선 등 프로그램 게스트가 교체됐다. 민일홍 PD는 "진행자와 게스트 외에도 진보언론사 기자들을 비롯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한완상 전 총리 등의 단순출연자들도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2010년부터 KBS는 순환전보 기준 개정안을 작성하고 라디오국 PD들을 부당전보하기 시작했다. 이는 국정원 문건에서 최근 확인된 바 있다. 민일홍 PD는 "사측은 순환전보 기준 개정안을 밀실 작성하고 구노조에게만 보내 노사합의로 시행했다"며 "지역발령을 하면 해당 지역국과 인력을 주고받는 협의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사측은 본사에 있던 라디오PD들을 지역을 내보내고 지역국 인력을 본사 라디오로 적극 흡수했다"면서 "이후 뉴스시사전문채널로 자리매김한 KBS 1라디오를 무미건조한 교양채널로 전락시켰다"고 말했다. 

KBS 피디저널리즘의 찢어진 깃발 추적 60분
 

추적60분팀에서 일했던 김범수 PD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2008년 KBS에 입사했다. 김 PD는 "당시 추적60분은 KBS에 남은 유일한 피디시사프로그램이자 KBS 피디저널리즘의 상징 같은 프로그램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런 추적60분 또한 이명박 정권 국정원의 손을 피할 수는 없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파업 중 취재를 통해 국정원 문건 중 일부를 복원한 바 있다. 2010년 6월 3일 작성된 이 문건에는 "KBS가 6월 4일 조직개편을 단행하니 면밀한 인사검증 통해 부적격자를 퇴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특히 국정원은 문건에 "좌편향 간부는 반드시 퇴출시켜야 한다"며 "윤태호 추적PD(당시 추적 팀장) 사원행동, 불법행위주도, 노무현 특집, 천안함 좌초 의혹"이라고 적었다. 

김범수 PD는 "문건작성 시기가 이명박의 언론특보인 김인규 사장이 조직개편을 실시하기 하루 전"이라며 "결국 국정원은 KBS구성원들도 몰랐던 조직개편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고, 거기에 자신들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방송과 인사에 개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KBS는 실제로 그해 6월 추적60분 팀장에 황상무 기자를 임명하려 시도했다. 

또 김인규 전 사장은 조직개편을 통해 추적60분을 보도본부로 이관했다. 김범수 PD는 "아마도 김인규 사장이 기자출신이고 자기가 잡고 있는 기자들을 통해 피디저널리즘 프로그램을 통제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범수 PD는 "청와대-국정원-김인규가 공모해 추적60분을 보도본부로 이관한 이후에는 게이트키핑을 명분으로 일상적인 제작자율성 침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KBS는 추적60분의 천안함 편, 4대강 편, MBC파업편,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편 등을 불방시키려 했고 제작진을 징계했다.

김범수 PD는 "지금은 공모의 큰 구조만 드러난 것"이라며 "나머지 문건들과 증언들이 다 모여서 구체적인 매커니즘이 밝혀져야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국정원에 촉구했다.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한편 MBC에서는 2010년부터 최종적으로 민영화를 목표로 하는 이명박 정권 국정원의 MBC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이 실행됐다. PD수첩을 연출하다 스케이트장으로 부당전보를 당한 이우환 PD는 최승호 MBC해직PD,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 정재홍 작가와 함께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으며 목격한 문건을 바탕으로 MBC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을 복원했다.


이우환 PD가 공개한 복원본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국정원은 총 3단계에 걸쳐 MBC정상화를 추진하기로 계획했다. 1단계는 블랙리스트 퇴출이다. 국정원은 "봄철 프로그램 개편을 계기로 좌편향 프로그램 제작진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며 제작진 교체, 진행자 폐지, 프로그램 포맷 변경을 주문했다. 특히 "손석희, 김미화, 성경섭, 김성수 등 문제 진행자들 반드시 교체하라"고 지시했다.

2단계는 노조무력화다. 국정원은 "노조무력화 및 조직개편으로 근본적 체질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며 "공정방송노조를 통해 노조 배후 인물의 부도덕성 등 내부비리 폭로를 독려하라"고 했다. 국정원은 "노사관계에 적용할 법을 정하는 협정인 단체협약에 명시된 노조의 인사권 편성권 조항을 개정하라"며 "노조가 불응할 경우 단협 해지를 통보하라"고 종용했다. 최종 목표인 3단계는 MBC민영화였다.

이우환 PD는 "방송 PD로 입사하고 국민이 어떤 권력을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갑자기 용인세트장으로 쫓겨나 담배꽁초를 주웠다. 파업을 길게 하고 난 뒤에는 스케이트장 근무를 하며 눈을 쓸고 동전을 교환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런데 이런 개인적인 경험이 촛불국민 덕분에 대번에 방송장악에 유효한 증거로 쓰여 검찰에 참고인으로 가게 됐다"면서 "국민의 힘이 대단한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우환 PD는 국정원 문건이 최근까지 계속 업데이트 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PD는 "권재홍·김장겸이 사장 면접에서 PD수첩을 보도본부로 이관하겠다고 공약했다"며 "2017년 사장 면접에서까지도 국정원 문건은 실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우환 PD는 "제 경험을 투영해 검찰에서 국정원 문서를 보니 거의 100% 국정원 문서대로 진행됐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며 "검찰에서도 그런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 PD는 "국정원 문서의 목표는 노동조합이었다. 노조무력화"라며 "(국정원의 계획이) MBC에서 거의 90%정도 진행되었을 때 국민들이 스톱시켜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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